
화장실 줄눈에 번진 검은 곰팡이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락스 냄새가 싫어서 늘 미루곤 했습니다. 락스는 염소계 표백제로 강력한 살균 효과가 있지만,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어서 사용이 꺼려졌습니다. 이번에는 락스 대신 집에 남은 샴푸와 소주를 활용한 방법으로 화장실 청소에 도전했고,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락스 없이 청소하는 세제 만들기
먼저 3리터 정도의 물을 큰 대야에 받았습니다. 여기에 과탄산소다를 종이컵 반 컵 정도 넣고 가볍게 저어 희석했습니다. 과탄산소다(Sodium Percarbonate)란 탄산나트륨과 과산화수소가 결합한 물질로, 물에 녹으면 산소를 방출하면서 표백과 탈취 효과를 내는 성분입니다. 세탁이나 주방 청소에도 자주 쓰이는 친환경 세정제죠.
과탄산소다가 어느 정도 녹으면 유통기한이 지난 샴푸를 아낌없이 부었습니다. 샴푸를 많이 넣는 이유는 계면활성제(Surfactant) 때문입니다. 계면활성제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두 물질을 하나로 연결해 때를 떼어내는 성분을 말합니다. 샴푸 뒷면 성분표에 '라우레스황산나트륨'이나 '코카마이드DEA' 같은 이름이 보인다면 계면활성제가 포함된 제품입니다. 저는 손으로 저어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올 때까지 충분히 섞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주를 절반 정도 부었습니다. 소주 안에 있는 알코올 성분이 올라오면서 특유의 향이 났지만, 락스처럼 숨이 막히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일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약 16~20%로, 의료용 소독 알코올(70% 이상)보다는 낮지만 표면 세정과 가벼운 소독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렇게 만든 세제물은 샴푸 향과 알코올 향이 섞여 의외로 산뜻했습니다.
줄눈 전용 솔로 곰팡이 제거하기
세제를 다 만들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청소할 차례입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꺾인 화장실 전용 솔을 사용했습니다. 이 솔은 끝부분이 90도로 꺾여 있어 변기 뒤쪽이나 코너 부분처럼 손이 잘 닿지 않는 곳도 쉽게 닦을 수 있습니다. 솔에 세제를 듬뿍 묻혀 화장실 벽면부터 시작해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문질렀습니다.
특히 실리콘 줄눈 부분은 곰팡이가 깊게 침투해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줄눈 청소용 솔은 폭이 좁아서 타일 사이 틈에 정확히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만 쓱 지나가도 까맣게 끼어 있던 때가 쓸려 나왔습니다. 일반 솔로는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틈에 맞는 솔을 쓰니 시간이 훨씬 단축됐습니다.
변기 테두리와 뒤쪽도 꼼꼼히 닦았습니다. 변기 뒤쪽은 늘 손이 잘 닿지 않아 찝찝했던 부분인데, 꺾인 솔을 밀어 넣듯 문지르니 묵은 때가 눈에 보이게 벗겨졌습니다. 욕조 배수구와 바닥 줄눈까지 세제를 골고루 발라 준 뒤, 약 30분 정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계면활성제와 과탄산소다가 때를 분해하고 표백 작용을 합니다.
청소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벽면 타일과 실리콘 줄눈
- 세면대 주변과 선반
- 변기 내부와 외부, 뒤쪽 코너
- 욕조와 배수구
- 바닥 타일 줄눈
위에서 아래로 청소하는 이유는 위쪽의 오염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기 때문입니다. 바닥을 먼저 닦고 벽을 닦으면 다시 바닥이 더러워지므로, 반드시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찬물로 헹구고 물기 제거까지
30분이 지나자 세제가 화장실 전체에 골고루 스며든 상태였습니다. 이제 찬물을 뿌려 헹궈낼 차례입니다. 과탄산소다는 온수에서 활성도가 더 높지만, 찬물로도 충분히 헹굴 수 있습니다. 다만 온수를 사용하면 표백 효과가 조금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출처: 국가환경정보센터).
물을 뿌리면서 솔로 한 번 더 가볍게 문질러 주니, 줄눈이 확실히 밝아진 게 눈에 보였습니다. 까맣던 실리콘 주변도 하얗게 정리됐고, 변기 뒤쪽 코너도 깨끗해졌습니다. 락스를 쓸 때처럼 독한 냄새가 나지 않아서 환기 걱정도 덜했습니다.
헹구기가 끝나면 반드시 물기를 제거해야 합니다. 화장실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다시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스퀴지를 사용했습니다. 스퀴지(Squeegee)란 고무날이 달린 물기 제거 도구로, 타일이나 유리 표면의 물을 한 번에 밀어낼 수 있습니다. 벽면과 바닥을 스퀴지로 쓸어내니 물이 배수구 쪽으로 모였고, 표면이 뽀득하게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환풍기를 틀어 남은 습기를 날려 보냈습니다. 환기는 곰팡이 예방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청소를 아무리 잘해도 습기가 남아 있으면 다시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청소 후에는 반드시 환풍기를 30분 이상 가동하는 게 좋습니다.
이 방법은 락스 사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집에 남은 샴푸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입니다. 계면활성제와 과탄산소다의 조합은 기본적인 세정과 탈취에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6~20% 내외로, 의료용 소독 알코올(60~70% 이상)에 비해 살균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상적인 오염 관리에는 적합하지만, 깊게 침투한 곰팡이나 위생 관리가 중요한 환경에서는 보다 검증된 세정제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그래도 락스 냄새 없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이 방법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